임신, 출산에 대한 잘못 알려진 의학상식

임신, 출산에 대한 잘못 알려진 의학상식

1. 불임은 대부분 여자의 책임이다.

윤경(연세산부인과의원)

불임의 원인은 부부 모두에게 혹은 한사람에게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만 원인이 있다 해도 불임치료는 반드시 부부를 한 단위로 묶어 진단 및 치료를 하게 되므로 남편과 아내 모두 한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여의사인 탓인지는 몰라도 완강하게 불임검사를 거부하는 남편들일수록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불임은 남자가 원인인 경우가 40∼50%이고 여자는50∼60%로 대개 반반이다. 여성은 배란과 임신을 책임지는 기관이 다양하기 때문에 불임검사도 복잡하다. 반면에 남자들은 훨씬 간단해서 정액검사로 불임검사의 대부분을 해결해버릴 수 있는데 이 검사를 아예 기피해 버리는 남편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결혼한 지7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장기간 불임 검사를 받았던 여자분이 있었다. 검사에 이상이 없어 남편에게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혼전에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져 임신한 사실이 있었다며 완강히 거부하였다. 여자분이 불임의 책임을 혼자 떠맡은 것은 물론, 씨앗보기를 원하는 시어머니의 요구 때문에 남편이 외도를 해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불임을 빌미로 구타당하는 일도 많아서 결국 이혼하였다. 3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왔는데 재혼한지 4개월만에 임신이 되었다 한다. 지금 행복한 마음으로 산전 관리를 받고 있으나, 한구석에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는 과거로 인해 소름끼쳐 하는 것을 보면서 같은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고통스러웠다.

불임은 부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서로 사랑을 통한 격려만이 이를 극복하는 용기와 힘을 준다.

2. 임신중엔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심재식(한국보훈병원 산부인과)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있을 때의 일이다. 분만예정일을 몇주 남겨놓지 않은 산모가 호흡곤란 으로 급히 병원을 찾아왔다 흉부 X선 사진을 보니 폐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주 심한 결핵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핵에 걸려 약을 복용하던 중에 임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로부터 임신했을 때에는 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말을 듣고 의사와 상의도 없이 결핵약을 끊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임신한 산모의 경우에도 결핵에 걸려 있으면 결핵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핵약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가능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을 선택하여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결핵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결핵치료가 완료되기까지 임신을 하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산모는 임신중에는 무조건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의학지식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결핵 고혈압, 간질, 심장질환, 내분비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는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환자들은 매우 당황하게 된다. 복용하던 약물 때문에 태아에게 기형 등의 이상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임신중절을 해야되는 것은 아닌지, 태아를 위하여 먹고있던 약을 끊으면 만성질환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의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임신중절 또는 약물복용중단 또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임신을 지속하는 것 중에서 선택을 하여야 한다. 물론 선택을 할 때에는 먹었던 약의 종류와 그 약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즉 약의 안전성과 임신 중 어느 시점에서 약을 복용하였는지를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임신한 줄을 모르고 무슨 무슨 약을 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임신중 심한 감기증상으로 감기약을 먹었는데 괜찮을지 등의 문제로 상의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도 위에 언급한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며, 대개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임신중에 요로감염, 급성신우신염 등의 병에 잘 걸리게 된다. 그냥 내버려 두면 산모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약물을 포함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확실치 않은 이야기를 믿고 무조건 약물을 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덧붙여 임신인 줄 모르고 감기약과 같은 약을 복용한 경우에 반드시 임신중절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지나친 걱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고로 임신중 약물복용시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약물들을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A군은 확실하게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 B군은 동물실험에서 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진행된 임상연구가 없는 약물, C군은 적절한 동물실험이나 임상연구 모두 없는 약물, D군은 태아에 위험이 있지만 위험보다도 약물사용이 가져다 주는 이익이 더 많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용 할 수 있는 약물, X군은 태아에게 미치는 해가 매우 커 어떤 경우도 약물사용이 이익이 되지 않는 약물군이다. A군이나 B군은 임신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C군 그리고 심지어는 D군조차도 특정상황에는 적절하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3. 임신초기부터 꼭 철분제제를 먹어야 한다.

최지호(인제의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임신 13주가 된 산모가 메스꺼움이 심하고 가끔 토하기도 한다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임신 5주부터 입덧을 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좋아지는 것 같더니 임신 11주부터 심해졌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임신11주 시어머니께서 며느리가 임신한 것을 알고 철분제제를 사다 주셨다는 것이다. 이것을 먹고나서부터 이런 증상이 다시 심해진 것이었다. 임신을 하면 철분제제 복용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꼭 먹어야 할 시기가 아니니 복용을 중단했다가 입덧이 가라앉고 난 임신 5개월부터 다시 먹을 것을 권하였다.

임신을 하면 산모에게 여러가지 영양분과 칼로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임신에 따라 체내 철분이 부족하게 되므로 철분제제를 먹어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은 대개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임신초기의 첫 4개월 동안에는 철분 요구량이 약간만 증가하므로 이 시기에는 철분제제를 통한 보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임신초기에 철분제제를 먹지 않음으로써 이 시기에 흔한 메스꺼움, 구토가 심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한다면 자기 전에 철분제제를 먹는 것이 위장장애를 적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자기 전 이를 닦을 때 잘 보이는 곳에 철분제제를 두면 매일 먹는 것을 잊지 않을 수 있어 좋다. 여러가지 철분제제가 있으나 대개 철분함유량은 비슷하여 하루에 한알씩을 먹으면 된다.

그러나 임신을 한 후 병원에서 시행한 기본적인 검사에서 자신이 철분결핍성빈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임신으로 인해 필요한 철분 외에도 이미 부족한 철분까지 보충을 해 주어야 하므로 하루에 2알이나 3알을 복용해야 하며, 우리 몸의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이 되고도 6개월 이상 복용을 하여야 한다.

임신 첫 4개월까지는 빈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철분제제를 꼭 먹어야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특히 구토, 매스꺼움이 심한 임산부의 경우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지식은 상당 부분TV광고를 통한 철분제제 선전이 한몫한 바 있다. 흔히 이런 광고에서는 임신사실을 알자마자 필수적으로 철분제제를 먹어야 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기도 하다.

4. 정상분만보다 제왕절개수술이 더 안전하다.

이필한(동암산부인과의원)

지금으로부터 16년전쯤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겨울날 새벽에 임신8개월의 임신부가 심한 하혈을 하여 쇼크상태로 쓰러져 응급실로 왔다. 시급한 응급처치를 하면서 태아의 심장박동은 정상임을 확인하였고, 수혈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과장님께 연락드렸다. 곧바로 나오신 과장님께서 진찰하신 후 전치태반이니 빨리 수술준비를 하라고 열화같은 재촉이 대단하셨고, 허둥지둥 수술실과 마취과에 연락하고 필요한 수술전 검사와 준비를 마친 후 제왕절개수술을 시작할 때는 환자가 병원에 들어온지 1시간이 채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술실에서 과장님의 귀신 같은 수술솜씨에 탄복하면서, '아하, 태반이 자궁의 입구를 가로막아 정상분만이 불가능한 것이 바로 전치태반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옛날, 이런 수술을 못하던 시절에는 이 산모와 아기는 죽을 수밖에 없었겠구나' 라는 당연한 결론을 얻었다. 수술을 받은 산모와 아기는 그후 별탈 없이 건강하게 퇴원하였고 의사로서 뿌듯한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이와 같이 제왕절개수술은 절박한 응급상황이거나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산모나 태아에게 중대한 위험이 예측될 때 시행되어야 함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제왕절개수술을 너무 남용하는 경향이 있으며(의료보험공단의 통계에 의하면 임신부 5명중 1명이상이 수술로 분만함), 정상분만이 가능한 임신부들조차 많은 수가 저마다의 이유에 따라 수술 분만을 하고 있다.

제왕절개수술이 많아지는 원인은 병원측(의사)과 환자측(임신부) 양쪽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병원측으로서는 우선 가능한 의료사고로부터 회피할 수 있는 방어진료의 수단으로 수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게다가 정상분만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서도 정상분만보다 훨씬 많은 영리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모들 중에도 고통없이 분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제왕절개수술을 해주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과연 정상분만보다 제왕절개수술이 더 안전한가? 우리 나라 보다 의료시설과 의료관리가 잘 발달되어 있고 철저한 방어적 진료를 하며 우리와 비슷한 비율로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미국에서 발표된 10년간에 걸친 한 통계를 살펴보면, 모성사망률(분만과 관계된 산모의 사망)은 정상분만에서는 10만명중 2.7명인 반면, 제왕절개분만에서는 10만 명중 30.9명으로 무려 11배에 달하고 있으며 그 사망원인으로는 과다한 출혈, 패혈증, 페전색증 마취사고 등이 중요한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분만후의 합병증이나 후유증들도 개복수술인 제왕절개수술에서 훨씬 많다. 예를 들면 요관이나 방광 들 비뇨기계통의 손상, 장의 손상, 혈관손상 및 출혈, 자궁 및 나팔관, 난소 등의 감염, 비뇨기계통의 감염, 마취 및 수혈로 인한 사고와 합병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정상분만을 한다면 이들 대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산모는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회복도 늦어지므로 출산비용이 많아지고 가사노동 또는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가정경제 및 사회경제적인 손실도 많다.

이 기회에 보건행정당국은 의료기관에서 정상분만을 선호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기 바라며 일반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제왕절개수술은 정상분만 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다.

by 약초마을 | 2009/03/16 19:59 | 의학정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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